우리가 함께 한 새벽
새벽: 밤과 아침사이를 이어주는 시간(작가 해석)
*스토리는 정한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홍지수는 예쁜 표현을 자주 쓴다.
예를 들면
“정한아 새벽 하늘은 뭔가 파스텔 색들을 섞어서 칠한 것 같아”
“난 딱히 그냥 빨강 파랑 섞은 것 같은데”
“우리 정한이 진짜 무드 없다~”
“내가 무드없는 거에 불만있냐”
“아니 더 좋은데”
뭐 이런 표현들도 자주해서 주변에는 홍지수가 짝사랑 하는 거라고 생각 할 텐데
솔로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커플이거든
남들은 우리를 무채색과 유채색이라고 표현하지만
홍지수는 우리를 파스텔 블루와 파스텔 레드로 표현했다.
이유를 물어보면
“파스텔은 일반 색들을 대조 시키는 것 보다 더 잘 어우러져 아무리 반대인 색도 되게 조화롭게 어우러져 정한이랑 내가 딱 그런데! 정한이랑 나랑 따로 있으면 서로 반대인것 같아도 파스텔을 추가함으로써 더 잘 어우러지잖아! 그런거야”
“무슨 소리야 그게 홍지수 요즘 말 점점 늘어간다? 누구 애인이 이렇게 예쁘게 말해”
“정한이 애인~”
뭐 색이 어떻고 대조가 어떻고 딱히 중요하지는 않다.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이렇게 달달하고 예쁜데 뭐 홍지수가 말했던 파스텔과 우리가 잘 어울리기는 하지 너무 조화로워서 탈일 정도로
홍지수는 세상 모든 색에 예쁜 이름을 붙인다. 그런 홍지수가 제일 좋아하는 색은 파스텔
그 중 파스텔 블루와 파스텔 레드를 가장 좋아한다.
“그 색이 왜 좋아?”
“뭔가 두 색을 섞으면 새벽 하늘 같아 근데 우리 맨날 새벽에 옥상에서 하늘보면서 시작하잖아 뭔가 우리의 시간을 나눈 것 같아”
“좀 철학적이네”
“그런가 히히”
“뭘 웃어”
“왜에 정하니는 안 행복해?”
“아니 행복해 엄청”
이렇게 새벽에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다 느즈막하게 일어나 등교하고 공부하고 다시 집오고 평범한 일상에 홍지수를 끼얹었다 마치 흰색 도화지에 파스텔을 칠해놓은 듯 홍지수는 그렇게 내 일상에 물들어 갔다. 예쁘고 은은하게
“지수야 나 과제 해야 해서 빨리 못 들어가는데 필요한거 있어? 새벽에 사갈게”
“정하나..많이 늦어??”
“그럴것 같아 미안해”
“어쩔 수 없지.. 뭐 사오지 말고 오자마자 옥상으로 와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어”
우리는 그런 연애를 했다. 조금이라도 서로와 함께 있고 싶어 안달이 난 그런 연애
“알았어 미리 나가있어 추우니까 따듯하게 입고”
“웅 열심히 하구 와”
그래 윤정한, 얼른하고 홍지수랑 같이 있자
“지수야!!”
“정하나..너 없어서 예쁜말 못해써..”
“지금이라도 해 뭔데”
“정한아..하늘이 예쁘다 그치?”
볼을 붉게 붉히면서 수줍게 말하는 지수가 너무 귀여웠다.
아 이 말뜻이 뭐냐고? 그냥 홍지수만의 사랑표현??
“지수 점점 능글맞아가~ 애인 닮아 가는거야?”
“우웅”
“들어가자 학교가야지”
“정하나 뽀뽀”
“알았어ㅋㅋ”
뭐 그런 거 있다. 낮보다는 새벽이 더 부끄러운 말을 더 잘할 수 있는 그런 시간.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어서 정신 못 차리고 부끄러운 말들을 해대다가 낮이 되면 다시 돌아오는 어쩌면 중독 되어버리는 일상이 딱히 싫지는 않았다. 모두 수용하는 흰 색이 아닌 어쩌면 서로 상극이었을 두 색이 서로라는 파스텔을 만난 것처럼 조화를 이루는 그런 사이
이 일상이 지워지지만 않는다면 소원이 없을 정도로 이 일상이 좋았고 함께하는 새벽이 좋았다.
“지수야, 나는 말이야 너랑 동거 하는 게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같아”
“나두 정한아”
추운 겨울이면 우리는 더욱 따스하게 서로를 대하려고 한다.
서로를 향해 볼을 붉히고 매일을 그렇게 보냈다. 4년 연애 내내 우리는 예쁜 연애를 해왔고 그만큼 고비도 많았지만 그걸 극복 하면서 더 유해지고 연해졌다.
“정한아 있잖아..”
“왜”
“오늘 술 마시자!”
“왜 마시고 싶어서?ㅋㅋ”
“웅 뭔가 예쁜거 보면서 마시면 좋자나”
“그래 그럼 맥주 한 캔씩 먹자”
푸른 하늘에 점점 붉은 빛이 스며 들더니 어두워지다 결국 밤이 되었다.
“지수야, 맥주 사왔어”
“우오 얼른 올라가자”
“그렇게 좋아?”
“웅 오랜만에 마신당”
“애기같애”
“왜??”
“그냥 볼이 붉으스름 한 것부터 모든게 다”
“너는 어른 같아”
“어른 맞는데”
“이씨..”
“왜ㅋㅋ”
“그냥 쿨하잖아 시원시원하고 파랑색 처럼”
“점점 비유적 표현이 늘고 있다? 대단한데?”
“그치 히히”
“지수야 뭐해?”
“자소서 쓰려구.. 너무 놓고 있었더니 후회된다”
“오늘은 안올라가?”
“아니!! 절대로 아니!! 올라갈거야..”
“쉬엄쉬엄 해 취업 급하게 안 해도 돼”
“왜?”
“내가 너 먹여 살리면 되니까?”
“그게 뭐야ㅋㅋ”
“왜 윤정한 식 플러팅. 맘에 안들어?”
“아니 ㅎㅎ 오히려 힘 난다. 고마워”
우리는 같이 서로의 고민을 안아주고 감싸주려 애쓴다.
우리도 우리가 이렇게 까지 될 줄은 몰랐다.
사실 아무도 몰랐을 거다
“지수야 오늘은 색 잘 안보인다.”
“그러게..아쉽다. 보고 싶었는데 보라색..”
“내려가서 좀 쉬자. 오늘 힘들었잖아”
“웅..”
가끔 이렇게 안 보이는 날이면 홍지수는 시무룩 해졌다. 마치 하루의 마무리가 개운하지 않다나... 귀엽게 그런 투정을 부려
“홍지수 많이 힘들어? 답지 않게 투정을 부리네”
“졸려어...”
“빨리 자자”
“우응..”
“지수야 해 떴다. 예쁘게”
“우응..”
“왜 안 일어날까? 힘들어?”
“더 잘래에”
“오늘 공강이야?”
“우응...”
“점심때 깨우러 올게 같이 먹자 알았지?”
“우응...”
눈도 못 뜨면서 웅웅 거리는게 퍽 귀엽다.
진짜 이런 천사가 어디서 날아왔지?
“정한아, 나 이것 좀 도와줘”
“왜?”
“글자 수 채우기가 힘들다.. 그냥 너처럼 휴학 하지 말걸”
“에이 아직 나도 취준생인데 뭐”
“그래두.. 경험 없는 것 보다는 낫지”
“그런가..그래서 뭐가 문제인데”
“글자수를 못 채우게써...”
“이리와 봐 일단은 여긴 이렇게...”
“정하나 고마어..”
“고마우면 뽀뽀!”
“웅 알았어”
이 세상에서 우리보다 더 달달한 커플이 있을까?
오늘도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봤다.
“지수야, 이 풍경도 진짜 오래봤다”
“그치”
“우리 고1때부터 같이 봤잖아”
“헐 진짜 오래 됐구나!”
“그렇게 따지면 진짜 늙었다..”
“그러게 우리 맨날 떡볶이 먹으러 갔는데 이젠 맥주도 먹구”
“신기하다 우리 둘이 이렇게 오래 됐구나”
우리가 이렇게 함께 나이를 먹었다는건
그만큼 우리가 함께 새벽 밤하늘을 본 시간이 점점 많았다는 거겠지?
“지수야”
“웅?”
“우리 오래가자”
“그래 그러자”
그리고 달콤했다.
서로가 만나 어우러지고 더 나아가 서로가 서로가 되어 결국 하나의 색으로 합쳐지는
마치 파스텔 블루와 파스텔 레드가 합쳐져 새벽 밤 하늘이 되듯이 우리도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결국 이렇게 고민 없이 서로에게 입을 맞추기 까지 많은 시간에 거쳐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었다.
서로 물들어 서로에게 대하는 태도가 점점 유해지고 그렇게 자연스레 우리는 남이 아닌
우리 그 자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지수야 앞으로도 우리 행복하게 더 많은 새벽을 공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