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 IN LOVE
커터
홍지수와 나는 어떤 관계일까? 최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 하나
벌써 알고 지낸 지 5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속마음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눈은 홍지수를 따라가기 바빴고, 홍지수와 관련된
일이면 예민해졌다. 그런 나를 지수는 항상 한결같이 대해줬다.
주변에서는 그런 우리 둘에게 의문을 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친한 친구 사이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어쩌면 나는 너를 계속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친구라고 믿고 있던 그 시간들 마저도
평소 복잡한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나는 공책에 한 줄씩 글을 써 내려
다가 이내 덮어버렸다. 인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어쩌면 지수는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고 행했던 행동들이 어쩌면 지수에게는
다르게 다가갔을지도 모르니까.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는 느낌이었다. 홍지수가 자꾸 생각이 난다.
"야 홍지수"
누군가 지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지수와 나의 자리는 가까웠기에 친구와 지수가 하는 이야기를 듣기는 어렵지 않았다.
"너 여소 받을래?"
평소 여자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던 친구라 그 아이 입에서 지수의 이름이 나오는 것부터
불안했지만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지 않는 멘트가 나왔다.
더이상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만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신경 안 쓰는 척 책을 쳐다보곤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미간이 주름져 왔다.
손으로 미간을 꾹꾹 누르며 고개를 들었을 땐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를 뻔했다.
"아 깜짝이야"
"어떻게 할까?"
다짜고짜 어떻게 하냐고 묻는 지수에 나는 돼 물을 수밖에 없었다.
지수는 아무 말 없이 웃고만 있다가 내가 들고 있던 볼펜을 뺏어서 책 모퉁이에 적었다.
여소 받을까 말까? 네가 정해줘
문장을 다 쓰자마자 자리로 돌아간 지수는 그 뒤로 학교가 끝날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책을 볼 때마다 보이는 저 문장은
복잡한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주었다. 너 나한테 왜 그러냐.
다음 날 평소처럼 등교하던 나는 하품을 하며 걸어가는 지수를 보고
아는 척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할 때는 지수를 대함에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지수를 볼 때마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주체할 수 없게 되자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갈팡질팡하던 도중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 지수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보내는 지수를 본 나는 생각했다. 저 웃음이 앞으로
도 계속 나를 향한 것이면 좋겠다고
자연스레 나란히 걷게 된 지수와 나는 평소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학교 가는 긴 시간이 오늘만큼은 짧게만 느껴졌다.
별거 아닌 일에도 괜스레 웃음이 나고 지수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예쁘게만 보였다. 분명 전과 달라진 건 없는데 심장이 뛰어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한창 이야기를 하던 도중 지수는 갑자기 내 얼굴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어 너 여기 뭐 묻었다"
지수가 가리킨 쪽 얼굴을 손으로 털며 떨어졌냐고 물었지만, 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저곳을 다 털어봤지만, 아직도 남아있다는 말에
답답했던 나는 얼굴을 지수에게 가까이 들이밀며 떼 달라고 부탁했다.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이지만 말하고 나니 부끄러워 나는 눈을 감아 버렸다.
지수의 손이 얼굴에 닿았고 그 부분은 마치 다홍빛으로 물들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손이 떨어지는 걸 느낀 나는 눈을 떴고 순간 지수와 눈이 마주쳤다.
지수는 금방 나의 눈을 피하고 먼저 걸어갔다. 어? 근데 지수 너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분명 너 볼이 다홍빛으로 물들어 있었어.
마치 내가 널 볼 때처럼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본 지수의 얼굴이 머릿
속에서 떠나가질 않아서 종일 그 생각만 가득했다.
너는 이런 내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평소와 다름 없는 목소리와 행동으로 나를 대했다.
어쩌면 너도 나한테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기대했는데 역시 내 욕심이겠지?
"정한아 오늘은 먼저 가"
학교가 끝난 뒤 집에 가려고 가방을 챙기던 나는 문득 들려오는 너의 목소 리에
고개를 들었다. 항상 같이 하교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가?"
나의 짧은 질문 끝에 지수는 마치 엄청난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대타!"
예전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하던 지수였기에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지만,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져 왔다.
평소에도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지수가 아르바이트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은
지는 안 봐도 훤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기분이 온몸을 지배했다.
질투? 순간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누굴지도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질투를
하는 나라니 속으로 헛웃음이 났다.
"무슨 아르바이트 하는데?"
"카페"
"어딘데?"
"오려고?"
아니. 너무 딱 잘라서 거절 했나 자연스레 지수의 표정을 살피게 되었다.
사실 가고 싶었지만 혹시나 지수에게 내 마음을 들키진 않을지 걱정하던 차
갑작스럽게 받은 질문에,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대답했다.
머쓱함에 괜히 정리되어있는 머리를 다시 만지는 나를 본 지수는 웃었다.
그리고 교실을 나가면서 네가 있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라는 말을 이어 붙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너는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이럴 때는 가끔 정말 네가 밉다.
안 가겠다고 했지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항상 모든
걸 공유하던 사이였던 지수와 나였는데 내가 모르는 홍지수가 생긴다는 상
황에 짜증이 났다. 결국 나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더니 뒤돌아 왔던 길을
뛰어갔다. 원래 나는 복잡한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홍지수가 보고 싶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유니폼을 예쁘게 입은 지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밝게 웃으면서 여유롭게 주문을 받는 모습이 오늘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문에 달린 종이 흔들리며 소리를 내자 지수는 내 쪽을 쳐다보고 표정으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카운터로 다가가며 그 표정을 보자니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덩달아 웃음이 났다.
"유니폼 입은 것도 예쁘네"
순간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가게에 틀어놓은 노랫 소리가 큰 탓
이었는지 지수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음료수를 건네받은 나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 앉았다.
지수가 잘 보이는 자리를 골라 앉아서 열심히 일하는 걸 구경한지도 벌써
세 시간 째 문득 울려오는 핸드폰을 쳐다보니 순영에게서 전화가 와있었다.
별일 없겠지 하면서 가게를 빠져나와 전화를 받으니 순영의 목소리가 울리며 들려왔다.
"뭐야 너 왜 이렇게 울려"
"옆에 옆에"
옆? 옆을 쳐다보니 순영이 손을 위아래로 붕붕 흔들면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로 왔는지 묻자 지수가 놀러 오라던데? 하면서 가게로 총총 들어가 버리는
순영이었다. 뒤따라 들어간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나누는지 한참을 깔깔거리던 순영은 내가 앉아있는 자리로 쪼르르 와서 앉았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순영이었다.
"그래서 고백은 언제 할 건데?"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순영의 질문에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그만 뱉을
뻔했다. 몇 번 기침을 하고 원망의 눈초리로 순영을 쳐다보니
어깨만 으쓱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너 다 티나"
순간 귀를 의심했다. 모르는 척 둘러댔지만 이미 안 믿는다는 듯이 말을 이
어가는 순영이었다.
"너 아까여자 손님이 홍지수한테 말 거니까 눈에서 레이저 나올 듯이 쳐다보
더라 뚫어지겠다"
"그걸 봤어?"
설마 숨긴 거였냐면서 숨 넘어 갈듯이 웃는 순영이 그저 미웠다.
이미 순영이 하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눈치 없다고 소문난 권순영이 눈치챌
정도면 지수도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기분이
바닥 끝까지 가라앉았다.
"그냥 고백해"
쉬운 일처럼 말하는 순영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좋아한다는 말은 내 마음속에만 담아둘 것이다. 나의 욕심으로 너와 멀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샌가 교대를 하고 우리가 앉은 자리로
온 지수는 자연스럽게 의자를 하나 꺼내 앉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냐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지수에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머뭇거리자 순영이 말을 채갔다.
"아까 누가 번호 물어보지 않았어?"
나는 순영을 쳐다봤지만 순영은 지수에게만 시선을 향한 채 웃고 있었다.
지수는 그런 걸 물어보냐고 웃었다.
"물어봤는데 안 알려줬어"
"뭐야 재미없어"
"정한이가 아직 나한테 답을 안 줬거든"
내가 대답을 안 해줬다고? 지수를 바라보던 순영은 화장실을 가겠다며 일어
났다. 마치 나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듯한 지수의 눈빛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스쳐 지나가는 지수의 질문 책 귀퉁이에 적고 간 그 한 문장이 떠올랐
다. 지금 이 상황을 난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 지수야
그냥 내가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해도 되는 거니?
돌아오지 않을 질문들을 속으로 몇 번을 뱉은 후에야 입을 뗄 수 있었다.
나는 나 외에 다른 사람이 홍지수 옆에 있는 모습을 못 볼 것 같다.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생각할래
"하지마"
그 뒤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집
에 도착한 후였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건 순영이 집으로 향하는
나에게 소리친 것
'삽질하지 말고 빨리 고백해! 그러다 누가 채간다!'
고백을 해서 사귈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의 관계도 깨질 수 있는 것이었다.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다 문뜩
지수와 친해지고 나서 둘의 추억들을 담기 위해 만들어 놓은
SNS 계정이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집어 들어 계정을 들어갔다.
계정 안에는 처음 놀러 간 날부터의 모든 사진이 기록되어 있었다.
한참을 구경하다 문득 기쁜 날이든 슬픈 날이든 내 모든 순간에는 지수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조금씩 흐를수록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왜 항상 그렇게 너를 바라보았는지, 왜 너랑 있으면 기뻤는지 , 그리고
왜 항상 네가 보고 싶었는지 까지
항상 내 옆을 지켜주던 것은 지수였고 나는 그런 지수를 좋아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몰랐던 게 신기할 정도였다.
난 그저 멀어질 거라는 무서움에 너를 친구라는 틀에
넣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머리가 정리되니 행동이 우선시 되었다. 익숙한 너의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거니 몇 번 통화음이 가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뭐야 뜬금없이
밤에 듣는 지수의 목소리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얼마나 이야기를 나눴을까 전화 한지는 벌써 두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지수야"
-응?
문득 너의 마음을 들어 보고 싶었다.
"이건 내 친구 얘긴데 내 친구가 정말 친한 친구한테 고백을 받았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
질문을 던지고 나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들키지 않는다면 그걸로 용한 것이었다
-글쎄 , 아무래도 친한 친구였으면 그 이상으로는 안 보이지 않을까?
쿵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고백도 한 번 못 해보고 차이는 건
가 싶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냐면서 머쓱하게 웃고선 대화 주제를 바꾸려던 찰나
-근데 정한아
-난 그게 너라면.. 좋을 것 같아
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다른 날보다 더 힘들었다.
지수와 전화를 끊은 뒤에도 잠을 못 잤기 때문이다. 아니 잘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지수가 한 말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지수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여태 지수가 나에게 했던 행동에
내가 의무부여를 해도 괜찮을 걸까?
학교에 도착하니 지수는 평소와 다름없이 나를 대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만 고민하고 나만 맘 졸였던 것 같아 괜히 심술이
났다. 너는 나에게 정말 친구로만 대했던 거라면 그런 거라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수가 말을 걸어오면 나도 모르게 짧게 대답하며 피했다.
일부로 지수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수는 나에게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서운한 마음이 비죽비죽 튀어오는 것을 느꼈지만 티 내지 않았다.
아직 나는 내 마음을 어디까지 비춰야 할지 모르겠다.
내 마음은 아직도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모든 사랑에는 비틀어진 부분이 있다. 사랑이라고 모든 것이 완벽할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혼자서 좋아하고 혼자서 실망한
나의 모습이 너무 바보 같아 보였다.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자책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금세 하교할 시간이 되었다.
지수와 같이 하교를 하면서 오늘 일을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한 나의 계획은
선생님의 부름에 산산이 무너졌다. 결국 지수와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 채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향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선생님의 마지막 심부름을
끝으로 나는 교무실을 나올 수 있었다.
창문 밖을 쳐다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밖을 쳐다보고 있으니 괜히 감정이 격해져 왔다.
평소 같았으면 노을을 보면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초조했다.
특히 지수를 보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내 마음을 제대로 마주하고 나
니 자꾸만 욕심이 생겨왔다.
그만큼 지수는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존재였다.
어디까지 나의 마음을 보여주면 될까 더이상 참기 힘들었다.
"왔어?"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내가 환청을 듣
는 건가 싶어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니 책상에 걸터앉아 있는 지수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다홍색으로 물든 하늘, 교실 안으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살이
너를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다.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왜 여기에 있는지 그런 기본적인 생각은
뒷전이었다.
그저 내 앞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는 것 자체
가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거기 서서 뭐해~"
달콤하게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
"..기다린거야?"
빨라져 오는 심장박동
"너만 두고 어떻게 혼자 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성큼성큼 지수에게 걸어간 나는 한 걸음씩 지수와 가까워 질 때마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튀어나올까 입을 꾹 닫았다. 지금 그 말들이 다 튀어나오면 끝도 없을 것 같
아서 지수와 나의 거리는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워졌다.
"지수야 네가 전에 했던 말들 내 마음대로 생각해도 돼?"
지수는 눈을 접으면서 웃었다.
"나 되게 오래 기다린 거 알지?"
나는 대답 대신에 지수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입술을 맞췄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다.